오늘의 단상(斷想)

[5.08 2009] 어버이 날, 지평선은 말이 없다

BaiZZang 2009. 5. 8. 00:26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 날이다.

원래 5월 8일은 어머니 날이었다가 1973년 아버지를 포함한 어버이 날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누구나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모진 세월 남편에게는 끝없는 순종, 자식에게는 끝없는 희생'의 이미지에 아버지를 포함한 '효', 조상에 대한 '경로' 사상이 더해 진 것이다. 언제 부터인지 잘 모르나 이제는 법정 휴일이 아니다.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5월의 공휴일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로는 어버이날이 대부분 사람의 의견이고 그밖에 소수의 의견으로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의 순이 었다고 하나 실상은 어린이 날만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배호님은 1956년 8월 9일, 14세 중학교 1학년때 아버지 (당시 48세)를 여의고 (625때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 어머니와 어린 아이 여동생 (당시 2세, 1953년 출생) 만 남게 되어 매우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 10대에 벌써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해야 했고 그 와중에 1962년 신장병이 발생하고도 가난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1967년 <돌아가는 삼각지>로 일약 대 스타가 된 후 비로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되고 효도도 제대로 해 볼 기회가 오게 되었다.

 

원래 배호님 어머니는 배호님의 병세가 심해 '가수' 활동보다는 신장병 치료와 요양을 권하였지만 가난과 병마와 싸우고 있던 배호님은 본인의 몸보다는 노래를 부를 떄 받을 수 있는 '돈'과 한편 좋은 노래에 대한 애착심으로 사실상 목숨을 희생해 가며 노래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4년 정도의 짧은 '행복한' 시기을 보내면서 비로소 서울 미아10동에 좀 넓은 주택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듬해 결혼을 계획하였고 어머니에게도 고생 덜어 드리고 제대로 효도를 하려고 하였다지만 신장염의 합병증으로 폐염까지 겸해서 더 이상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모든 슬픔을 뒤로 한 채 1971년 11월 7일 저녁 돌아 가셨다.

 

배호님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에게 아래와 같은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1971년 11월 13일 '주간시민' 인용)

 

"어머니... 만약에 제가 영원한 잠을 자게 되더라도 어머니는 울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사셔요"

"사망 5일전 배 호는 바싹 마른 입술을 덤덤히 들먹이며 가느다란 눈물을 흘리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 김금순여사(55세)에게 마지막 인사를했다"고 한다.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님 가슴에 자식을 묻는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얼마나 가슴이 아픈 일이 었을 까?

 

배호님이 돌아가신 후 홀어머니와 여동생은 경제적으로 어렵게 지내시다가 어머니는 1995년 9월9일 (추석날) (78세), 여동생은 2003년 1월 2일 (51세) 돌아가셨는 데 지금처럼 배호님 노래로 인한 '인세' 같은 수입이 있었다면 경제적으로 조금 도움이 되지 않았을 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배호님의 수입이 치료비로만 쓰이지 않았어도 쌓여진 많은 돈으로 유복한 노후가 됐었을 텐데 참 '슬픈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배호님이 부르신 <지평선은 말이 없다>라는 노래가 생각 납니다.

원래 이미자 님이 1966년 발표한 '영화 주제가'인데 배호님 노래 (1970년 발표)가 저에게는 더 깊은 맛을 느끼게 합니다.

 

<지평선은 말이 없다>영화는 독립군 아버지를 둔 주인공이 중국 상해에 가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신 아버지 복수를 위해 벌이는 영화이다.

 

헌데 배호님 아버지도 독립군이 셨고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했지만 귀국하여 어렵게 사시다가 625사변으로 홀로 피난다니며 고생만 하시고 46세에 이르러 그동안 과음으로 인하여 황달, 심해져 흑달에 가깝게 되어 돌아 가셨다.

 

또 <지평선은 말이 없다> 영화 중에는 오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동생도 등장한다.

 

헌데 배호님 여동생도 오빠와의 행복한 시간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배호님 사망으로 정신적 충격속에 정신병원 신세를 지다 돌아가셨다.

 

<지평선은 말이 없다>라는 제목의 뜻은 '지평선'은 주인공이 말을 타고 달리는 넓은 '만주벌판'의 지평선을 말하는 것이고

'말이 없다'라고 표현한 것은 노래 가사에 나와 있듯이,  

 

"어디에 계신 온지 보고픈" 어머님, "가고픈 내고향이 그리워" (만주 벌판에서 지평선을 보며) "불러보지만" 

"차가운 이국 땅에 쓰려져 가는 오빠를 가슴이 터지도록 (지평선에게) 불러보아도"  

"지평선은 말이 없다 대답이 없다"라는 뜻인 것 같다.

 

오늘 이 순간 배호님을 애타게 불러 보아도 찾아보아도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은 말이 없다> 대답이 없다.

 

오늘은 어버이 날, 부모님에게 카네이션을 한다발 드리고 싶은데 부모님은 오직 한송이 카네이션이면 만족하신다고 말리신다.

조금마한 것 하나라도 자식을 생각하시는 마음에 또 한번 그 크신 은혜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평생 다 갚지 못 할 아낌없는 부모님의 사랑, 은혜에 조금이라도 제대로 보답할 수 있는 효도를 나도 좀 해 드려야 할 텐데...

 

 

♬ 오늘 듣고 싶은 배호의 노래 = 지평선은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