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 노래] 결혼 각서 (상처진 가슴속에 아로새긴 그 사연은)
결혼각서
1968년 영화 <결혼각서> 주제곡
저작권 등록: 배상태 작곡 / 박남주 작사 / 배상태 편곡 / 배호 노래 (1969년 7월)
노래방 리스트에 없는 노래
배호님의 <결혼각서>라는 노래는 1968년에 출시된 동일한 제목의 영화주제곡이라고 하나 현재 영화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결혼각서>노래를 들어보면 "백년을 함께 하자 맹서한 결혼각서..." 그러나 백년해로를 하지 못한 슬픈 사연이 있는 멜로 영화 정도
되지 않았을 까 생각해 본다. 노래 <결혼각서>는 앨범 '배상태 작곡집 No.1 영화주제가'에 실려서 1968년 출시 (성음레코드) 되었고
배호님의 1968년 발매된 <결혼각서> 앨범에 첫번째 타이틀 곡인데 도리어 앨범 두번째 노래인 <능금빛 순정>이 더 히트하였다.
결혼각서란 결혼하기 위해서 혹은 하면서 상대방에게 어떤 일의 이행을 약속하는 내용을 상대에게 적어주는 메모 내지 문서이다.
먼저 누구는 누구와 꼭 결혼하겠다는 각서, 혹은 결혼 후 어떤 약속을 지키며 살겠다는 상대방에 대한 각서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배호님 노래가사처럼 백년을 함께하자는 각서는 요즘에 '결혼 성혼문' 정도에 포함되는 내용 정도라고 생각이 된다.
결혼을 댓가로 상대방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거나 하는 것은 결혼 출발부터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결혼 후 계속적으로 각서를 써가면서
상대방에게 더 노력을 하도록 각성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각서는 약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서로의 믿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대로 서로의 믿음, 아니면 적어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한쪽만의 믿음이 있다고 해도 그런대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밀리는 파도속에 지워진 결혼각서", "그대 떠나간 해변에 서서 목이 메어...그대 이름을 부른다".
<결혼각서> 노래가사는 참으로 가슴 아픈 내용이다. 그래도 1960년의 순정과 상대방에 대한 열렬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배호님의 노래를 들어보면 가끔씩 불편한 몸으로 불치의 병의 진단을 받은 운명을 생각하며 노래한 것인지 마음의 깊은 곳에서 울러나는
울음에 가까운 한숨과 애잔한 슬픔이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자신 자신의 슬픈 운명을 어느 정도 예견하며 노래한 것은 아닐까?
배호님은 약혼을 하였으나 불치병으로 먼저 돌아가셔서 결국 결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슬픈 이야기가 있다.
배호님은 지방 공연에서 만나게 된 열렬한 팬의 적극적인 구애로 장래를 약속하고 약혼까지 하였으나 결혼도 하기 전 계속적으로 병마와
싸우시고 그런 몸으로도 끝까지 노래를 부르시고 쓰러져 어느 날 갑자기 신장병 악화로 돌아가시게 되어 결혼 약속을 끝내 이루지 못하였다.
젊은 약혼자의 장래를 위해서 마지막 입원한 병원 병실에서 돌아가시기 몇 일 전 약혼자와 눈물 범벅속에 생이별하면서 약혼자를 고향에
돌려 보낸 가슴이 찟어지는 사연이 있다. 배호님의 가슴은 이런 저런 생각에 더욱 더 찟어지고 몹시 아프고 슬픔이 극에 달했을 것 같다.
나는 배호님 노래 중 1971년 돌아가시던 해 취입하신 <조용한 이별>이 이런 배호님의 '이별'하는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눈물을 거두고 조용히 보내리 내순정 얼룩 젖어 가슴 조여도 헤어지는 서러움을 그 누가 아랴..."로 시작하여
2절에서 다시 "내 순정 비에 젖어 슬픔 많아도 이별하는 서러움을 그 누가 아랴...아쉬운 내사랑..."
배호님의 <조용한 이별>을 들을 때 마다 배호님의 마지막 약혼자와의 이별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것 같다.
과연 그러한 "이별하는 서러움을 그 누가 아랴?" 누가 그렇게 슬퍼해주고 아파해주고 위로해 줄 수도 있을 까?
이러한 <조용한 이별>과 앞에서 언급한 <결혼각서>, <능금빛 순정>은 모두 배호님과 호형호제로 지내던 작곡가 배상태님의 작품이다.
배상태님은 작곡자로는 매우 잘 알려져 있으나 그 보다 먼저 대구 KBS 방송국의 전속가수였다. 고향과 가까운 대구와 인연이 깊다.
<돌아가는 삼각지>도 대구 지방에서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우연인지 모르지만 <능금빛 순정>이란 노래를 작곡하셨는데 능금으로
유명한 대구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도 드는 데 배호님의 약혼자분이 사시던 곳이 바로 대구이기도 하다.
배상태님은 배호님과 같은 성씨인데 병마와 가난과 싸우다 쓰러져 계시던 배호님에게 <돌아가는 삼각지>노래를 가지고 직접 찾아가 취입
시켜 가수로서 대성한 발판을 만들어 주고 돌아가신 후까지 배호님을 위해 정성껏 챙겨주신 배호님의 수호천사 같은 분이시다.
배호님은 외삼촌인 김광빈님이 가수로 데뷔시키고 초기 곡을 주기는 했지만 배호님이 병마로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일 수 있는 시기
배상태 작곡가님은 배호님과의 역사적 만남 이후 배호님 생전 가장 많은 곡을 주신 작곡자일 뿐 아니라 사후 배호님 무덤 바로 앞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 설립, 서울 용산 삼각지의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 건립, 최초 배호가요제 개최에 이르기까지 외가보다도 더 배호님을
챙겨주신 점은 참으로 진지하고 존경스러워 보인다.
"백년을 함께 살자 맹서한 결혼각서"라는 노래 가사 처럼 그렇게 산다면 그 얼마나 아름답고 축복 받은 삶일까?
오늘도 복잡하고 나 자신의 좌표를 잃어버리기 쉬운 어지러운 생활 속에서 무사히 그러한 바램이 이어지기를 조용히 빌어본다.
♬ 오늘 듣고 싶은 배호의 노래 = 결혼각서, 조용한 이별, 능금빛 순정, 돌아가는 삼각지
* 위 배경음악은 배호님의 <조용한 이별>, <능금빛 순정>, <돌아가는 삼각지>
* 다음(DAUM)에는 배호님 <결혼각서> 노래가 올라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