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오늘, 2005년 5월20일은 <배호평전>이란 배호의 일대기를 다룬 책의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배호평전 : 김선영 지음
펴낸날: 2005년 5월 13일 초판 1쇄, 펴낸이: 이태권, 펴낸곳: 소담출판사, 287 페이지
제1부 '건방지게 멋있는' 배호 이야기, 제2부 영혼으로 노래한 민족가수 배호, 제3부 배호는 살아있다로 구성된 배호님의 일대기, 배호님에 세상사람들 이야기, 배호님이 남기신 발자취와 현세대에 미친 영향에 관한 이야기이다. 배호님에 대한 이해에 매우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을 쓰신 김선영 작가님은 배호님 생신날 4월 24일 배호님 묘소에 헌정하려고 하였으나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득히 5월 15월
스승의 날 배호님 팬들과 함께 묘소를 방문하여 헌정하였다. 서적에 인쇄된 출판일은 2005년 5월 13일이다.
이 책은 1989년 가을 추석날 아침, 70대 초반의 배호님 어머니 (1918-1995)가 배호님 묘소를 가는 버스에 타는 내용부터 시작된다.
이야기 속 버스 안에는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이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은 배호님 노래 중 나 자신 무척 좋아하는 곡이다.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람>이란 제목으로도 발표되었고
배호님이 다른 반주로도 3번 노래를 취입하였고 경음악도 2종류가 있는데 나는 특히 다음과 같은 대사로 시작하는 노래를 좋아한다.
"사랑이 이다지 괴로운 줄 알았다면 당신을 애당초 만나지 않았을 것을
마음으로 울면서 얼굴로 웃으면서 행복까지 빌면서 그사람을 보내놓고
바보처럼 바보처럼 내가 왜 울어야 하는지 가슴속 깊은 곳의 참았던 눈물을 쏟아야 하나"
이 대사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이어지는 반주가 멋지다. 특히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괴로운 시련 그칠줄 몰라..." 부분의 뒤 노래와 한 박자
늦게 깔리는 황홀한 반주 소리는 커졌다 적어 졌다 애잔하게 조용히 듣는 이로 하여금 배호님 노래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이 느낌은 마치 고요한 아침 옅은 안개가 조금씩 퍼지는 듯...뭉게 뭉게 피어오른 듯 반주 소리는 어느 덧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위의 대사가 빠진 동일한 노래도 있는데 이 노래는 인터넷 상으로 돌아다니는 배호님 육성이 담긴 KBS 수요기획 프로그램의 짧은 동영상에서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허나 <남정임 여군에 가다>(1968년)에서 배호님이 부르는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람> 장면은 다른 반주 곡이다.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은 배호님의 대표곡 중 5위안에 드는 곡이지만 반주에 따라 듣는 느낌은 다르다.
이 노래는 경음악으로 색소폰과 기타 반주로 된 것이 있는 데 나는 색소폰 쪽 경음악이 더 좋은 것 같다.
배호님 음악에는 유명한 작곡가 겸 연주가 이봉조님이 색소폰 연주에 많이 참여했다고 하는 데 연주가 그 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배호님 노래 속에서 명곡 한 곡만 고르라고 한다면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이란 노래를 꼽고 싶다.
그 이유는 멜로디가 훌륭하고 가사는 간결하여 1절 가사가 2절에서 일부만 다시 반복된다. 이 노래를 부른다면 가사가 헷갈리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천재" 작사가 전우는 이 짧은 가사로 1968년 '동양방송 가요작사상'을 수상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사는 짧지만 가사의 파괴력은 매우 '강력하다'고 판단이 된다.
그런데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의 작곡 탄생에 대해서 알면 더욱 놀라게 된다.
이 주옥같은 노래의 작곡이 만약 10여분만에 탄생했고 더군다나 작곡가의 첫 작품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당시 MBC 방송국 PD이던 나규호님에 의하면 "배호가 방송국에 찾아와서 매우 분주한 때인데 급하게 곡을 써 달라 부탁해서 배호를 10여분간 기다리게 해놓고 악상을 오선지에 그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규호님은 대중가요 작곡에 처음 손 대본 것이라고 한다.
참 대단하다. 짧은 시간에 그런 멋진 곡을 써 내다니, 더군다나 처음 작곡을 한 곡이라고 하니 더욱 놀랍다.
1949년 5월 20일 오늘은 배호의 셋째 외삼촌 김광수님이 우리나라 최초로 현악 4중주단을 창단하였던 날이기도 하다.
창단 멤버는 배도순(1바이올린), 김광수(2바이올린), 백경준(비올라), 윤이상(첼로) 인데 윤이상은 후에 세계적인 작곡가로 유명해졌다.
김광수님은 김소월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의 노래 작곡가로도 유명하고 가수 겸 작곡가로 유명한 신중현이 서라벌 2학년이던 시절,
찾아오자 오디션을 보게 한 후 학생복 입은 신중현을 바로 가수로 데뷔시킨 분이시기도 하다.
김광수님은 1940년대 후반부터 바이올린 연주자로 명성을 떨쳤고 한국방송, 문화방송 악단장을 역임하며 경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배호님은 김광수악단의 이용재님에게 드럼을 배우고 일을 하던 시절이 있었고 김광수악단은 특히 탱고와 라틴 음악 연주에서 최고로서
그 당시 댄스붐에 일조하였다. 김광수님은 1969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1993년 12월 30일 미국에서 타계하셨다.
2005년 5월 20일 충북 옥천군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옥천신문'에는 실버가요제 대상을 차지한 정진시(68)씨에 대한 기사가 있다.
원래 꿈이 음악전공이고 대중가요를 좋아했지만 돈이 없어 체육을 전공하고 교사생활을 시작, 1999년 중학교 교감으로 퇴직하신 분이다.
그는 가요제에서 배호님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안개 낀 공원을 거니는 느낌을 잘 살려 부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 분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루지 못한 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이제야 실버가요제 대상으로 조금 더신 것 같다.
가수의 꿈을 갖는 이는 엄청 많다. 그러나 그 꿈을 잘 이루어 갈 수 있는 환경은 예전보다 이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지금도 이미자님처럼 목소리 하나로, 신중현님 같이 연주 실력 하나로 과연 가수의 꿈을 제대로 이룰 수 있을 까?
이에 비하여 배호님은 외가가 당대 최고의 작곡가, 음악가 집안이어서 쉽게 음악을 접하고 천재적 노래 기질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다.
또 훗날 배상태 같은 작곡가를 만나는 행운이 함꼐 하지 못했다면 그의 천재성은 병마와 함께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역시 배호님은 가난과 병마와 싸우면서 불행한 인생을 보냈지만 가수로서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 오늘 듣고 싶은 배호의 노래 =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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