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斷想)

[5.12 2009] 박자와 음정을 초월, 혼이 담겨져 호흡하는 노래

BaiZZang 2009. 5. 12. 00:04

어제 아침부터 밤 새 내리는 이슬비는 오늘 아침에 서서히 개인다고 한다.

요사이 여름 같이 덥더니 시원한 '비'와 함께 자연스럽게 봄 날씨로 돌아가는 것 같다. 역시 자연이다. 

 

오늘 저녁 7시 30분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장사익 소리판 '따뜻한 봄날 꽃구경'이란 공연이 있다.

 

장사익님은 프로그램에서 <동백아가씨>와 <돌아가는 삼각지>를 포함한 그의 힛트곡을 부를 거라고 한다.

항상 그분의 공연은 매진이고 이 시대 소리꾼으로 가요와 국악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원래 국악은 원래 우리나라 전통 음악인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좀더 단순한 박자의 트로트에 자리를 넘겨주다가 이제는 가요와 국악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는 것이다. 

 

장사익님은 어릴 때 일찍이 '소리'를 배웠었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낙원동의 '음악학원'도 다녔고 단소, 대금도 배웠고 조금씩 배우던 

'태평소'를 충분히 익혔다. 그래서 그 분의 노래, 아니 소리에는 대중가요이면서도 국악의 향이 깊게 풍기는 것이다.

그분이 '삶의 탯줄'이라고 하는 그의 늦깍기 '대중 음악'은 그래서 이번 공연도 소리판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그분의 노래가 삶의 생기를 돌게하고 막힌 구석을 뚫어주는 청량제가 된 것 같다. 배호님의 노래, 특히 <돌아가는 삼각지>를 좋아하고 

배호님 노래의 깊은 맛나는 온전한 '필(feel)'을 느끼고저 노력하는 모습은 그 자신도 그러한 노래를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장사익님은 인터뷰에서 그의 노래 '찔레꽃'에는 박자가 없으며 그의 모든 노래는 한 호흡으로 간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날 그날 공연에 따라 노래의 모양새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였다.

아마 노래 자체에 충실하기 보다는 노래를 부르는 '가슴의 분위기'에 더 충실한 것 같다.

 

또한 장사익님은 "트로트가 일본 가요가 아니고 우리몸에 체질화되었다"고 하시면서 <부베의 연인>이 트로트라고도 말씀 하였다.

<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은 영화주제곡 (1963년) 멜로디에 전우라는 '천재' 작사가가 나름대로 가사를 붙인 노래인데 

그 당시 이 노래를 부른 여자가수는 4명 정도 되는데 남자가수로는 배호님이 유일하다.  

나의 생각에는 장사익님이 아마 배호님이 부르신 <부베의 연인>을 즐겨 듣기에 그렇게 답변하신 것같다.

 

장사익님은 배호님에 대하여 "그분보다 두배는 더 살았지만 노래로는 그분을 쫒아갈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본인의 노래에는 "몸 전체에서 울려져 나오는 소리"이고 장르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배호님 노래의 박자와 음정은 어떠하다고 해야 좋을 까?

 

가수 조영남님의 표현을 빌리면 배호님 노래는 악보에 나와 있는 "음정과 정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이는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와 비슷한데 노래를 들으면 이게 "파"음 인지 "솔"음 인지 어중간한 음 같기도 하다고 한다.

배호님 자체가 악보를 잘 볼 지 못하는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악기로 음을 들려주면 그대로 음을 외워서 본인 나름대로 노래에

'혼'을 불어 넣는 지 천재적으로 음을 그대로 암기하여 악단을 가르치기도 하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배호님은 신장병으로 숨이 차서 <돌아가는 삼각지>는 원래 악보에 없던 쉼표를 넣기도 하고 나중에 원래대로 부르기도 하였다.

드럼으로 익힌 완벽한 박자 감각으로 싱커페이션 (syncopation)과 앤티시페이션 (anticipation)을 사용하며 노래 하였다.

꺼져가는 생명의 '호흡'이 담겨지는 박자와 음정을 초월한 '혼'이 들어있는 느낌의 노래는 듣는 이를 감격케 하였다. 

 

과연 <울고 싶어> 같은 노래의 경우 누가 배호님같은 감정과 '한 숨'쉬는 '혼'이 담긴 호흡을 넣어 노래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배호님은 장사익님 처럼 노래의 박자, 음정의 구애를 크게 받지 않고 그날 그날 노래 분위기에 따라 달리 부르기에 능했는데

이는 마치 섹서폰의 연주에 여러가지로 변화를 주면서 여러 맛을 내는 것처럼 노래 분위기에 따라서 박자, 음에 변화 주면서

말하자면 음과 박자 보다는 배호님 본인의 탁월한 음악적 감각으로 음을 끌어당기면서 천재적으로 불렀다고 해야 좋겠다.

 

요사이 활동하는 가수분들도 노래방에서 자신의 노래를 직접 노래를 불러봐도 100점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좋은 노래는 역시 악보에 있는 그대로 교과서적으로 박자나 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노래 부르는 사람의 혼이 호흡과 어우러진  

'필(feel)'이 있어야 비로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노래가 탄생 되는 가 보다.

 

박자와 음정을 초월한 혼이 담겨져 호흡하는 노래,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는 마음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노래가 역시 최고이다.

 

 

♬ 오늘 듣고 싶은 배호의 노래 = 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